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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현황 입수...'응급실 체류' 10명의 정체




● '응급실 체류'의 정체를 밝혀라!


감염일: 5월 27~29일

감염장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감염원: 14번 확진자

감염경로 및 관계: 체류


그간 메르스 관련 취재를 하는 와중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라고만 발표된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했다. 뭔가 있을 것만 같았다. 의심해볼 만한 근거는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보건당국은, 삼성의 첫번째 확진자인 35번 의사는 확진이 됐는데도 이틀 혹은 사흘 발표를 미뤘고, 62번 의사와 138번 의사는 그간 의료진에 대해 구분해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명시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 2명의 감염 사실이 드러났고 특히 1명은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격리되지 않고 9일이나 근무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은폐된 의혹이 있거나, 정보가 덜 공개된 '응급실 체류' 중에서 5명이 의료진이나 직원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다른 '응급실 체류'라는 확진자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자연스러웠다.


● 수상한 '체류자' 10명

 

이런 의심을 바탕으로 보건당국이 그간 발표했던 자료를 수십 차례 들여다 보면서 재정리했다. 브리핑이나 지자체 발표,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해 추가 취재해 '응급실 체류'를 재분류했다. 그 취재의 중간 결과물이 지난 14일과 16일 출고된 취재파일 2건이다.


▶ [취재파일] '응급실 체류'에 가려진 10명…공개 안 하는 이유는?

▶ [취재파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체류'한 29명의 정체는?


그때까지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의 확진자는 10명이었다. 69번, 70번, 104번, 111번, 114번, 120번, 124번, 132번, 134번, 140번. 5월 27일~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라고만 돼 있을뿐, 다른 단서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각각 57세 남성, 59세 남성, 55세 남성, 63세 남성, 46세 남성, 75세 남성, 36세 남성, 67세 여성, 80세 여성들이었다. 남성 8명, 여성 2명, 30대와 40대가 1명씩, 50대가 3명, 60대 2명, 70대 1명, 80대 1명이었다. 



● 역학조사 보고서 열람해봤더니…


137번 응급실 이송요원이 55세 남성이었다. 135번 안전요원은 33세 남성이었다. 그럼 30대와 40대 남성은 안전요원인가? 50대와 60대 남성은 이송요원일까? 60대 여성은 미화원 아닐까? 70대와 80대는 환자나 가족, 방문객이더라도 연령대로 볼 때 이들 7명의 정체가 수상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이들 중 일부의 역학조사서를 잠깐 열람할 수 있었다. 드디어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구나 싶었는데… 69번은 환자, 70번은 보호자였다. 104번과 111번, 120번, 124번도 보호자, 114번은 방문객이었다. 남은 건 3명뿐이었다. 36세 남성, 67세 여성, 80세 여성… 가능성은 희박해보였다.


이들의 신분도 결국은 확인할 수 있었다. 132번은 보호자, 134번과 140번은 환자였다. 수상한 '응급실 체류' 10명 중에 결국 숨겨진 요원이나 의료진은 없었다.



●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75명 현황은…



6월 16일까지 삼성서울병원의 확진자 75명 중에 응급실 환자는 26명, 보호자 및 방문객은 37명, 응급실 외 방문(외래 등)은 4명, 의료진 6명, 직원(안전, 이송) 2명, 합치면 75명이다. 같은 응급실 환자인데 체류로만 표시한 게 5명, 보호자 및 방문객인데 체류로만 표시한 게 26명, 응급실 외 방문인데 체류로 표시한 게 2명, 의료진인데 체류로만 표시한 게 2명, 전체 75명 중에 방문 사유를 체류로만 표시한 게 35명이다. 



● 가설은 기각됐지만…왜 '체류'라고만 표시했나


가설 "저 '응급실 체류' 중에 환자나 가족 방문객 아닌 사람이 있다"는 그렇게 기각됐다.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이 공모한 '은폐' 실태를 확인하는 줄 알고 시간을 쪼개고 보탰던 취재의 결과는 그러했다.


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남는다. 내가 세웠던 가설 자체가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것이었다. 


당국은 35번 의사의 확진 사실을 은폐하거나 발표를 미뤘던 전례가 있었고, 또 62번과 138번 의사의 존재도 숨기거나 빠뜨린 전력이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137번 이송요원이 14번 환자와 접촉 의심자인데도 그를 격리 대상자에 넣지 않았고 잦아드는 줄 알았던 '메르스 공포'가 되살아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37번 이송요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이라서 누락시켰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고 이 의혹은 폭넓은 공감을 낳았다.


또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유독 '응급실 체류'라고만 표시한 사례가 많았다. 6월 16일까지 75명 중 무려 35명이 그렇다. 거의 전부가 14번 확진자에게서 감염된 것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14번 확진자가 이른바 '슈퍼 전파자'라고 해도, 70명 넘게 감염시킬 정도로 강력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까. 처음의 가설은 무너졌지만 의심은 가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