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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엉터리 분류에 고의 누락 의혹까지..이상한 복지부



● "입원은 했어도 환자는 아니다"


6월 5일 경기도 수원시는, 삼성서울병원 암 병동에서 모친을 간호하던 40대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6월 6일 메르스 브리핑에서 "48번 아니냐"며 엉뚱한 답변을 했다. 6월 7일엔 재차 기자들이 묻자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6월 8일, 또 질문이 나왔다. 이번엔 "시군구 정보까지 갖고 있지 않다"며 답하지 않았다. 하루 건너 6월 10일 브리핑에서 다시 질문이 나오자, "56번이 그 환자일 것으로 추정되며 암 병동을 다녀오진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닷새 뒤에야 어느 정도 설명했다.(그 설명도 일부 틀렸다.)



- 전체 메르스 확진자 현황표 (보건복지부 공개자료) -



복지부가 배포한 메르스 확진자 현황에서 56번 확진자 설명에는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입원"이라고 나와 있다. 즉, 환자로 분류된 것이다.


58번 확진자인 55세 남성에겐 "5.27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내원", 61번 확진자인 또다른 55세 남성에겐 "5.27~28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입원"이라고 적혀 있다. 환자였다는 말이다.



-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확진자 현황표 (보건복지부 비공개자료) -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확진자만 따로 분류한 내부 자료를 보니 달랐다. 56번 확진자는, 환자가 아니라 어머니 간병을 하던 보호자였다. 더군다나 이 확진자는 암 병동에 들렀는지도 문제였다. 암 환자들까지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됐는지를 살펴봐야하는 상황일 수 있었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58번과 61번도 다른 환자의 보호자로 병원에 왔던 사람들이었다.

● "환자든 보호자든 의사든 들렀으면 체류"


69번 확진자 57세 남성과 96번 42세 여성, 134번 67세 여성, 140번 80세 여성은 모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찾아온 환자였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5.27~28 #14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라고 나와 있다.


109번 확진자인 39세 여성도 '응급실 체류', 136번 67세 남성도 '응급실 체류'다. 109번 여성은 임신 상태에서 확진돼 관심이 집중됐던 임신부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있던 환자였다. 다만 109번 임신부는, 어머니가 급체로 응급실에 와 방문했다니 '응급실 체류'라는 설명이 틀리지 않을 순 있다. 136번 확진자는 환자인데 응급실 말고 다른 곳에 입원해 있었고 응급실은 단지 통과만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응급실 체류'다.



- 전체 메르스 확진자 현황표 (보건복지부 공개 자료) -



-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확진자 현황표 (보건복지부 비공개 자료) -



62번 확진자인 32세 남성과 138번 확진자인 37세 남성은 모두 삼성서울병원 의사다. 이들 역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라고만 나와 있다. 의료진인지 아닌지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의료진은 다른 환자들도 두루 접촉하면서 메르스를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35번 의사는 삼성서울병원의 첫 환자인데다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던 것 때문에 관심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감염 이후 환자들을 봤는지가 중요했다.(회진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그가 진료했던 환자 중에 감염자는 없었다.) 62번, 138번 두 명 다 기자들이 브리핑에서 물어본 뒤에야 의사가 맞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실제론 보호자인데 입원하거나 내원했다고 표시된 확진자가 3명, 의사이거나 방문객이거나 환자인데도 똑같이 응급실 체류라고 표시한 확진자가 8명이다. 실수라면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무려 11명을 잘못 표시한다는 걸 실수라고 볼 수 있을까.



● 엉터리 분류에 고의 누락 의혹…이상한 복지부


차라리 보호자든 환자든 방문자든 의사든 가리지 않고 그때 응급실에 있었다면 모두 '응급실 체류'라고 표시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개된 확진자 현황표를 보면 각각의 설명이 다 따로 존재한다. 그런데도 일부는 이렇게 적었다. 작성자가 제멋대로 했던지, 작성자가 바뀔 때마다 자기 맘대로 했던지, 뭔가를 감추려고 했던 건지, 아무 생각이 없던 건지...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집계엔 일부 오류가 있거나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이를 확인하는 즉시 교정하고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전국민을 상대로 발표하는 자료인데 이런 오류가 있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긴 걸까. 정부 당국이 아니라, 학생들의 리포트라고 해도 이런 오류를 그대로 둔다는 건,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응급실 체류'라는 구분을 이해할 수 없어 의혹을 품고 자료를 찾아보고 분석해보다 여기까지 왔다. 복지부에서는 아직도 왜 그랬는지에 대해 별다른 해명도 설명도 없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환자는 줄어들고 관심도 줄어들고 그렇게 메르스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하는 걸까.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대개 그런 식으로 지나왔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도 없는 것 아닐까 싶다. 올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관련해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해명하던 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참 이상한 복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