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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딱 4분' 만큼 진보한 한국 사회




#2014년 가사노동시간 

[가사노동은 만악의 근원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제목의 취재파일
을 석달 전 썼다. 그중 한 대목이다.

"... 맞벌이 남성의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32분에서 37분으로 5분이 늘었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208분에서 200분으로 8분이 줄었다. 비맞벌이 가구는(이 경우는 남성이 임금노동에 종사하고 여성은 전업주부로 한정한 듯하다.) 2004년엔 남성 31분, 여성 385분이었고 2009년엔 남성 39분, 여성 378분이었다. 비맞벌이에서도 남성은 8분 늘었고 여성은 7분 줄었다. 

무슨 의미일까. 남성은 맞벌이든 비맞벌이든 간에 하루 평균 40분 정도만 가사노동을 했다는 것이다. 여성은 역시 맞벌이든 비맞벌이든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가사노동을 했다는 것이다. 2014년 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크게 달라졌으리라 기대한다..."


#딱 4분 늘었다

2014년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맞벌이 남성의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41분, 2009년보다 4분 늘었다. 맞벌이 여성은 193분, 7분 줄었다. 비맞벌이 가구에서 남편이 취업한 경우엔 남성 46분, 여성은 360분, 비맞벌이에서도 남성은 7분 늘었고, 여성은 18분 줄었다. 이전 조사와는 달리 2014년 조사에는 비맞벌이 가구 중 아내가 취업한 경우도 있었다. 이때는 남성 99분, 여성 159분이다. 
 

단위: 분2004년2009년2014년
 
맞벌이322083720041193
비맞벌이
(남편만 취업)
313853937846360
비맞벌이
(아내만 취업)
----99159


**통계청 자료 재정리

역시 무슨 의미일까. 2014년 한국 남성은 맞벌이든 비맞벌이든 하루 평균 40분 조금 넘게만 가사노동을 했다는 것이다. 여성은 맞벌이든 비맞벌이든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가사노동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아내만 취업한 가구에선 남성이 1시간 반 정도 가사노동을 했는데 그나마도 여성보다 1시간 정도 적었다.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맞벌이에서는 딱 4분 늘었다. 비맞벌이가 오히려 7분, 더 많이 늘었다.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7분 ~18분 줄었다. 적어도 통계청 조사가 보여준 한국 사회는 5년 동안 그만큼 나아진 것이다.


#절대노동시간 비교.. 맞벌이 여성의 압도적 1위

지난번 취재파일과 같은 식으로 계산해보겠다. 직장노동자의 경우, 법정노동시간인 주 40시간을 적용해 하루 8시간 일한다고 치자.(현실과 너무 다르다고 하실 분들 많겠으나 계산의 편이를 위해서다.) 2014년 기준으로, 맞벌이 여성은 직장 노동 8시간에, 가사노동 193분, 3시간 13분을 합치면 11시간 13분을 일하는 셈이다. 맞벌이 남성은 직장 노동 8시간에, 가사노동 41분을 합치면 8시간 41분이다. 비맞벌이에서 남편만 취업한 경우 여성은 6시간, 남성은 8시간 46분, 아내만 취업한 경우엔 여성은 10시간 39분, 남성은 1시간 39분. 즉, 맞벌이 여성은 그 나머지 중에 가장 많이 일하는 비맞벌이 남성보다도 2시간 27분이나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노동가사노동합계
맞벌이 남성8시간41분8시간 41분
맞벌이 여성8시간193분11시간 13분
비맞벌이 남성(취업)8시간46분8시간 46분
비맞벌이 여성(미취업)0시간360분6시간
비맞벌이 남성(미취업)0시간99분1시간 39분
비맞벌이 여성(취업)8시간159분10시간 39분
 


#'남편은 집으로 퇴근, 아내는 집으로 제2의 출근'이 되지 않으려면...

너무나 극단적일까? '평균의 함정'일까? 연령별, 소득별로 다를 것이고, 직장노동시간도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런저런 변수를 다 감안해서 계산한다는 건 내 능력 밖이지만, 그렇게 계산한다면 '2시간 27분'이라는 차이가 의미 없을 정도로 줄어들까. 불과 석 달여 전에 취재했던 맞벌이 여성의 현실은 "퇴근이 제 2의 출근"이었다. 그게 2015년 3월의 일이었다.   

지난 취재파일의 마지막은 "...많은, 깨어있는 남성들이 자기 집에서부터 실천하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남성의 평균 직장노동시간이 더 길고 고되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고 '2시간 27분'의 차이까지 당연히 그런 건 아니다. 생활시간 조사에서 규정한 가사노동은 '가정 관리'와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을 합친 개념, 남의 집도 아닌데, 이 차이는 훨씬 줄어드는 게 더 자연스럽다. 어디까지나 '평균'임을 고려한다면 상대적으로 젊은 남편들이 더 많이 실천하는 게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