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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응급실 체류'에 가려진 10명...공개 안 하는 이유는?






● 도대체 '응급실 체류'는 뭔가요


6월 14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체류'한 29명의 정체는?]이라는 제목의 취재파일을 썼다. (▶ [취재파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체류'한 29명의 정체는? 보러가기) 삼성서울병원에서 14일까지 나온 메르스 감염 확진자 71명 중 응급실 '체류'라고만 표시돼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데, 보건당국의 설명은 앞뒤가 안 맞거나 부족하거나 없거나 하다는 내용이었다.


● 답변은 이건가요


여기에 대한 답이었을까, 6월 15일부터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배포한 자료는 14일과는 좀 달라졌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다 공개돼 있는 자료다. ▶ 6월 14일 보도자료  ▶ 6월 15일 보도자료 )


1번 2번 3번...순서대로 확진자의 번호, 인적사항, 확진일, 개요, 비고를 덧붙이던 현황표가 사라지고, 대신 추가 확진자에 대한 내용과, 확진자 수 추이, 감염 유형별 분석 등을 새로 넣었다. 이 자료를 먼저 받아보는 기자들의 요청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공연히 체류, 방문, 입원, 내원 등의 분류방식을 놓고 시비하는 나 때문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 '체류'는 환자 아니면 가족이나 방문객?


이 확진자 분석 자료에서는 확진자 150명 중 환자가 70명, 환자 가족이나 방문객이 54명,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가 26명이라고 정리했다. 모든 확진자를 놓고 분류한 것이기는 하나, 이대로라면 '체류'는 환자나 가족, 방문객 등이라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만 따로 분류하지도 않았다.


이 분류대로면 굳이 '체류자'가 누구인지, 의혹을 품을 이유도 없다. 과연 그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의혹이 가시지도 않았다. 6월 1일 이래 같은 방식으로 제공하던 자료를 하필이면 15일부터 다르게 가공한 이유도 알 수 없었다.(그 사이 사망자를 분석하거나 확진자 특성을 분류할 때는 따로 자료를 내왔다.) 그래서 다시 분석해봤다.


6월 14일 발표된 145명 확진자 현황에, 15일 추가 확진자 5명을 합쳤다. 그동안 지자체 발표나 복지부 브리핑 등을 통해 알려진 확진자의 신원에 대한 단서를 취합했다. 이를테면 복지부 확진자 현황엔 91번은 그냥 14번과 동일 응급실 체류라고만 돼 있지만 이 사람은 아버지 병문안을 왔다가 감염됐고, 이 사람의 자녀가 검사 결과 음성과 양성이 왔다갔다 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는 초등생이다. 89번은 목사로 확인됐고, 131번은 교사이며, 139번은 남편 병문안을 왔던 사람이다. 이렇게 150명을 다시 살펴봤다.


● 전체 확진자 중 '체류' 12명, 삼성서울병원 '체류'는 10명


확진자 중 환자는 72명, 가족 또는 방문객은 39명,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 병원 종사자는 합쳐서 27명이었다. 복지부 자료와 비교하면 환자 수는 2명 많고, 가족 또는 방문객은 15명이 적으며, 병원 종사자는 1명 많다. 그러면 12명이 남는다. 어떤 사람들인지 최소한의 정보도 없다. 이 12명이 '체류'라고 표시돼 있을 뿐 정체를 모르겠는 사람들이다.



삼성서울병원만 좁혀서 따로 보면, 15일까지 확진자 72명 중에 환자는 33명, 가족 또는 방문객은 21명, 병원 종사자는 8명이다. 10명이 부족하다. 10명이 '체류'라고 표시돼 있을 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 비정규직이라서 명단 누락됐다"는 137번 이송요원

 

137번 확진자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의 이송요원은 외부용역업체 소속이다. 5월 27~29일엔 14번 환자가 머물렀던 응급실을 오갔고, 27일엔 66번과 67번 확진자를(확진 이전이지만), 28일엔 72번 환자를 이송했다. 그러고 난 뒤 6월 2일부터 의심 증상이 나타났고 10일까지는 계속 근무했다.


보건당국은 137번 요원이 애초에 접촉자 명단에서 외부 업체 소속이라 제외됐다고 밝혔다.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위험노출도에 따라 격리대상을 선정해야 하는데 삼성이 그 부분이 부족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은 없었다며 이송요원 7명과 미화원 6명, 병동 보조요원 17명을 파악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언제 조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137번 이송요원이 왜 빠지게 됐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2,944명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다.



●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에 가려진 10명은 과연 누구?


불과 이틀 만에 29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든 게 겸연쩍지만, 어쨌거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체류'만 했다는 메르스 확진자는 이제 10명 남았다. 누구를 만나러 온 건지, 환자인지 아닌지, 가족인지 방문객인지, 의료진인지, 비정규직인지, 외계인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일부러 숨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공개하지 못할 속사정이 있는 걸까, 공개할 수가 없는 걸까.


이도저도 아니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확진자가 계속 나오니 이런 사소한(?) 설명까지 충분히 할 여유나 필요가 없는 걸까. 이들의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혹은 메르스 사태가 잦아들 때까지 살펴볼 작정이다.


지난 취재파일에도 적었듯, 이는 단순 실수나 누락일 수 있다. 그러면 공개하고 정정하면 그만이다.(산 사람을 죽었다고 밝힌 적도 있지 않나.) 정책적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런 판단이라면 이미 여론에 등떠밀려 병원명을 공개했을 때 틀렸다는 게 판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