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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일기

우리의 소원은 전쟁/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11.18)

-갑자기 책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언론사 문화부에는 신간을 낸 출판사에서 서평에 반영해달라며 책을 보내오곤 하는데...(그대로 하더라도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권익위 판단이 나왔다. 왠만한 책은 뇌물이 되기 힘든 듯.) 그렇게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책들은 알음알음 상황을 알고 찾아온 이들에게 기증되기도 한다. 


회사 조직 개편에 따라 공간 배치를 다시 하면서 이름 앞에 생활이 추가된 생활문화부와 나란히 사무실을 쓰게 됐다. 일주일쯤 전에 문화부 선배가 신간 방출하니 관심 있으면 가져가라고 말했다. 먼저 달려가는 것도 민망하고 그때 기분도 꿀꿀하여 다들 지나간 뒤에 별 기대 없이 가봤다. 의외로 남은 책들이 많아 다섯 권을 챙겨왔다. 다녀가신 분들과 내 관심사가 좀 다른 듯...


또 하나는... 누군가 내 자리에 책 두권을 놓고 갔다. 책들을 이리저리 들춰봐도 아무런 힌트가 없고 문자든, 카톡이든 연락도 없다. 누구지? 암튼 벌써 1권은 읽었다. 


-장강명 작가의 신작소설이 나왔다. 열심히 쓰고 있는 모양이다. 제목은 <우리의 소원은 전쟁>. 통일 이후 온전히 하나의 정부가 서지 않고 북한에 과도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 일부 지역은 무정부 상태에 가깝게 되고 기존 군 출신들이 만든 비정부 조직이 금권과 이권으로 서로 합종연횡하며 하나의 지옥도를 만들고 있는 가상의, 그럴싸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흥미진진하고 매우 개연성이 높아보인다. 기자를 할 때도 열심히 했다지만 취재 열심히 한 흔적이 역력한 소설. 다만 장리철이나 은명화나 강명준이나, 미셀 롱까지.. 등장인물들이 그리 생생하게 살지 않고 캐릭터의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느낌. 장강명 작가는 기자 시절에도 피쳐물보다는 스트레이트에 강한 기자였을까. 


통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역시 그러한 거부감을 적시한 부분도 통찰력 있다. 팟캐스트에서 읽을지 말지는 좀 고민해봐야겠다. 확 끌리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매력은 충분, 하루만에 다 읽었다.(그런데 이 책을 나한테 준 건 도대체 누구?) 


-믿고 읽는 작가 반열에 오른 오찬호님의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오찬호님의 책은 세권째인데, 당대 현실을 고민하는 젊은 사회학자의 열정이 느껴지는 책들이다. 이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그리고 이 책까지. 팟캐스트에서 읽은 건 이 남자는 왜...인데 이 세권 중에서 그 책이 제목은 강렬하나 글의 구조로는 가장 성기다.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게 되는 대학생들과 리턴 공시족들까지 심층 인터뷰와 관찰을 통해 풀어냈다. 지구 이주를 고민하는 외계인 설정은 좀 썰렁하긴 하다. 청년 청년.. 하는 게 어떨까 싶어 망설이고 있으나.. 최근 읽은 여러 청춘 관련 서적 중에 가장 임팩트가 있고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