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기: "늦은 귀가도 안심"..심야버스 시범운행(4/19)
기사보기: 심야버스 확대 또 연기.."시민 불편은 뒷전"(8/22)
-흔한 풍경...
'빈차' 표시등을 켠 택시를 발견해, 손을 들어 세웁니다. 조수석 유리창이 살짝,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 넓이로 내려옵니다. 고개를 들이대고 행선지를 외칩니다. "00요." 다시 유리창이 올라가더니 택시는 떠납니다. 승차 거부 당했습니다.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일까요.
다음 '빈차' 표시 택시. 이번엔 일단 타고 얘기하려고 문을 열려고 하지만 잠겨 있습니다. 역시 유리창 너머로 행선지를 밝혀야 합니다. "00요." 또 거부당했습니다.
...
강남역, 종로, 신촌, 홍대 등 유흥가에서 밤이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승객 태운 택시가 지나가는 거야 당연한 노릇이지만 '빈차'라면서도 지나쳐가면 열받죠.
-택시는 넘쳐난다는데..
서울만 놓고 봤을 때 운행 중인 택시 대수는 법인 2만 천여 대, 개인 5만여 대, 합쳐서 7만 2천 대 정도입니다. 인구 천 명당 7.2대 꼴인데 도쿄 5대, 뉴욕 1.7대, 런던 2.1대와 비교하면 확실히 과잉 공급입니다.(실제 하루 평균 운행대수는 약 5만 대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사실 낮에는 택시 타는 데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지역에 따라 택시가 잘 들어가지 않는 곳도 있겠으나..) 또 버스나 지하철이 운행을 시작하고 또 마감하기 전까지는 대체 수단이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문제는 택시 수요는 몰리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밤, 택시 말고는 다른 탈것도 없는 심야입니다.
심야시간 택시 승차거부에 대해 민원도 많고 실제로도 문제가 있다보니 서울시도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놨습니다.
*승차 거부 단속: 효과는 약간 있었지만 그때뿐, 단속에 걸리면 재수없는 것-안 걸리면 계속 승차 거부.
*심야전용 택시 도입: 7월 현재 천 7백 대 운행, 공급이 적어 큰 효과 없음.
그 다음에 나온 대책이 바로 심야전용 버스, 심야 시간에 택시 외에도 이용할 수 있는 대체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거죠. 4월 19일 금요일 밤부터 강서-중랑, 은평-송파 2개 노선의 시범 운행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서 시민과 공무원이 뽑은, 상반기 서울시를 빛낸 정책 2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1위는 원전 하나 줄이기..)
운행 시작 며칠 뒤부터 노선을 늘려달라는 민원이 쏟아졌습니다. 서울시는 석 달 뒤인 7월에 노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KT와 협약을 맺고 3월 한달 동안 심야시간 통화 30억 건을 분석해 이를 노선 결정에 반영했습니다. 심야시간 어느 곳에 사람들이 많은지, 어디로 많이 이동하는지를 확인해 세부 노선 정하는데 활용한 겁니다. 그렇게 7개 노선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7월이 되니 발표가 없었습니다. 서울시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8월에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좀더 많은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준비하다보니 조금 늦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려니 했습니다.
8월 중순이 되면서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서울시가 알려왔습니다. 본격 운행 날짜도 23일 금요일로 확정됐고 이를 알리기 위한 기자 설명회도 13일 화요일로 잡혔습니다. 12일 월요일엔 대변인이 주간 일정을 설명하면서 내일은 심야버스 확대 기자설명회를 한다고 공식화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갑자기 본격 운행 시점을 다음 달로 연기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택시 때문에 연기?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밝힌 연기 이유는 '택시'입니다. 택시 임단협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택시업계를 자극할 수 있는 심야버스 확대를 발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택시업계에서는 심야버스 도입 때문에 심야 손님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기사 처우 개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임단협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심야버스 확대'를 발표해버리면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언뜻 들어서는 그런가 싶기도 한데 좀 이상합니다. '심야버스 확대/본격 운행' 자체는 이미 4월 시범 운행 시작 당시부터 발표했던 내용입니다. 또 7개 노선으로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면 7월에 이미 시행해 현재는 운행 중이어야 할 사안입니다. 8월 그것도 후반인 23일에 시행하기로 해놓고 12일에 택시 때문에 연기한다? 쉽게 수긍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택시 측면 광고 크기 확대: 현재 허용크기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해 광고 수주 원활히 하겠다는 것.
*택시 할증 시간 조정: 자정~새벽 4시인 현재 시간을 밤 11시~새벽 3시로 앞당기는 것.
*택시 요금 인상: 기본요금 2400원을 최소 4백 원 이상 인상.
이달 들어 서울시에서 발표했거나 검토 중이거나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인 택시 관련 정책들인데 전부 택시 업계에서 바라는 내용들입니다. 승차 거부를 비롯한 서비스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어도 최근에는 나온 내용이 없습니다.
이렇게 택시업계에는 '당근'을 연거푸 제시하면서 이미 예정됐고 나왔던 내용인데다 준비까지 다 끝난 '심야버스 확대'는 '택시' 때문에 연기한다?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버스 타고 가니까 너무 좋다"
심야버스 승객을 살펴보면 회식이나 모임 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분들도 있지만 새벽 일찍 출근하거나 밤늦게 퇴근할 수밖에 없던 노동자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를 비롯해 만원, 이만원씩 하는 택시 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죠. 밤늦게 퇴근하는 피로감보다 "버스 타고 집에 갈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 눈치 보기 때문에 심야버스 확대를 연기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서울시가 그렇게까지 근시안적이진 않겠죠. 학수고대하는 시민들을 위해 심야버스 확대는 속히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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